
지난 7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는 2026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날 노사 양측은 제5, 6차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그 간극은 여전히 컸습니다. 근로자위원 측은 11,140원(11.1% 인상)과 11,020원(9.9% 인상)을, 사용자위원 측은 10,130원(1.0% 인상)과 10,150원(1.2% 인상)을 제시하며 팽팽한 대립을 이어갔죠.
오는 7월 8일 제10차 전원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오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번 최저임금 협상은 단순히 액수를 정하는 것을 넘어, 인플레이션 압력, 경기 둔화 우려 등 대한민국 경제의 현실과 미래를 반영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2026년 최저임금 협상, 앞으로의 전망은?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2026년 최저임금 협상은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사 양측의 초기 제시안부터 수정안까지의 격차가 여전히 크고, 각자의 논리 또한 확고하기 때문입니다.
- 근로자 측은 높아진 물가 상승률과 실질 임금 하락에 대한 우려를 바탕으로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합니다. 이는 단순히 생계 유지를 넘어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소비 진작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 사용자 측은 경기 둔화와 고금리 등으로 인한 경영 환경 악화를 강조하며 최저임금 인상률을 최소화하려 합니다.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최저임금 인상이 곧 생존의 문제로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하죠.
이런 입장 차이가 단기간에 좁혀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결국 공익위원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공익위원들이 제시하는 심의 촉진 구간이 협상 타결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마저도 노사 양측의 불만을 잠재우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근로자와 사용자 관점: 생존권 vs. 경영권
근로자 관점: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보장"
근로자 측은 최저임금이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제도임을 강조합니다.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실질 임금이 감소하여 생활고를 겪는 저임금 노동자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최저임금 인상이 이들의 생활 안정과 내수 활성화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합니다.
문제점:
- 실질 임금 하락: 물가 상승률이 최저임금 인상률을 앞지르면 노동자의 구매력은 오히려 감소합니다.
- 근로 빈곤층 증가 우려: 최저임금 인상이 충분치 않으면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 노동 시장 이중 구조 심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습니다.
해결책:
- 생계비 분석 현실화: 실제 노동자 가구의 생계비를 현실적으로 반영하여 최저임금 심의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 물가 상승률 이상의 인상률 확보: 실질 임금 하락을 막고 노동자 생활 안정을 위해 최소한 물가 상승률 이상의 인상이 필요합니다.
- 최저임금 산입 범위 논의: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노동자 임금 수준이 낮아지지 않도록 산입 범위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합니다.
사용자 관점: "경영 환경 악화 속 생존의 위협"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켜 경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인건비 상승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합니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곧 폐업과 직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호소합니다.
문제점:
- 인건비 부담 증가: 특히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 고용 감소 및 투자 위축: 인건비 부담 증가는 신규 채용 감소 및 투자 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소비자 가격 전가 우려: 인건비 상승분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되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해결책:
- 경제 상황 반영한 합리적 인상률: 국내 경제 성장률, 물가 상승률, 고용 시장 상황 등 거시 경제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업이 감당 가능한 수준의 인상률을 제시해야 합니다.
-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 논의: 인건비 부담이 큰 일부 업종이나 지역 소상공인을 위해 차등 적용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합니다.
- 정부의 지원 확대: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고용유지 지원금, 사회보험료 지원 등 직접적인 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노동계, 중소기업, 중소상인의 관점: 각자의 시름과 공통의 해법 모색
노동계 관점: "불평등 해소와 소득 재분배의 핵심"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불평등 해소와 소득 재분배에 기여하는 중요한 수단임을 강조합니다. 대기업의 이익이 증가했음에도 노동자에게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노동자의 몫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이 소비를 진작시켜 내수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낙수 효과를 기대합니다.
문제점:
-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 프레임 반박: 사용자 측의 주장에 대해 실증적인 데이터로 반박하며 과도한 공포 마케팅이라고 비판합니다.
- 산입 범위 확대로 인한 실질 임금 저하 우려: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확대될 경우 실제 받는 임금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해결책:
- 생계비 원칙 입각한 최저임금 심의: 물가, 주거비 등 실제 노동자 가구의 생계비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원칙을 확고히 해야 합니다.
-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 현행 최저임금위원회 구성 방식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노동자 대표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중소기업 관점: "생산성 향상 투자 여력 감소"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이 직접적으로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져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 여력을 감소시킨다고 호소합니다. 낮은 마진율과 영세한 자본력으로 인해 최저임금 인상 충격에 더욱 취약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복되지 못한 수요와 고금리로 인한 자금 조달 어려움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문제점:
- 급격한 인상에 대한 감당 능력 부족: 한 번에 큰 폭으로 인상되면 도산 위기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 인력난 심화: 인건비 부담으로 신규 채용을 꺼리게 되면 기존의 인력난이 더욱 심화될 수 있습니다.
해결책:
- 단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최저임금 인상: 기업이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예측 가능한 인상률을 제시하여 경영 불확실성을 줄여야 합니다.
- 생산성 향상 지원책: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상쇄할 수 있도록 설비 투자, 스마트 공장 도입 지원 등을 확대해야 합니다.
- 정부의 정책 자금 및 금융 지원 확대: 고금리 시대에 자금난을 겪지 않도록 정책 자금 지원을 늘리고 금융 문턱을 낮춰야 합니다.
중소상인 관점: "폐업의 갈림길에 선 절박함"
중소상인, 특히 골목상권의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가게 운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고 강하게 반발합니다. 인건비는 식재료비, 임대료와 함께 가장 큰 고정 지출 항목이기 때문입니다. 배달 수수료, 원재료비 상승 등 이미 많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면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문제점:
- 폐업 증가 및 고용 감소: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가게 문을 닫거나, 가족 경영으로 전환하여 고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 고객 가격 전가 압박: 인건비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하면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어 딜레마에 빠집니다.
해결책:
-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직접 지원책: 소상공인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직접적인 지원금,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 상권 활성화 및 소비 진작 정책: 최저임금 문제와 별개로 매출 증대를 위한 상권 활성화, 지역 화폐 발행 확대 등 실질적인 소비 진작책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 업종별 특수성 고려: 음식점, 숙박업 등 인건비 비중이 높은 특정 업종에 대한 별도의 지원 방안을 마련하거나, 최저임금 적용에 있어 업종별 특수성을 고려하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결론: 대화와 양보, 그리고 정부의 역할이 핵심
2026년 최저임금 협상은 단순히 숫자를 정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의 노동 가치, 기업의 지속 가능성, 국민 경제의 활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노사 양측은 각자의 입장만을 고수하기보다, 거시 경제 상황과 각 경제 주체의 어려움을 폭넓게 이해하고 상호 양보를 통해 접점을 찾아야 합니다.
정부와 공익위원의 역할은 더욱 막중합니다. 단순히 중재를 넘어, 합리적이고 공정한 최저임금 인상 기준을 제시하고, 동시에 인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계층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는 숨통을 여줄 수 있는 균형 잡힌 해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최저임금이라는 단일 정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들, 예를 들어 임금 격차 해소, 생산성 향상, 공정한 분배 시스템 구축 등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과 정책 논의가 필요합니다. 2026년 최저임금이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지기는 어렵겠지만,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대화하며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과연 제10차 전원회의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두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다음 회의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